사람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양의 공기를 들이마실까. 산술적으로 계산이 쉽지 않지만 우리는 하루에 2만번 정도 숨을 쉬고 약 1만리터(ℓ)가까운 공기를 마시고 산다. 미세먼지로 인한 공기질 악화는 호흡기 질환 등 건강을 악화시키고 농작물 생산 감소 등 사회 환경이나 경제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은 얼마나 될까.
16일 환경당국과 학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미세먼지 문제로 인한 국내 경제 손실 비용은 연간 10조원을 웃돈다. 10조원은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가 경정 예산으로 편성한 액수와 맞먹는다.
OECD는 지난해 6월 추가 정책대응 없이 대기오염을 방치할 경우 발생하는 장기적인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전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는 한국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 질환 발생 등으로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는 등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시장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 40년 후인 2060년에는 1인당 연간 500달러, 사회 전체로는 200억달러(22조4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조기사망자도 2010년 인구 100만명 당 359명에서 2060년 최대 1109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기 사망으로 인한 비용도 2015년 600억달러에서 2060년 2800억~29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정환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기오염에 따른 손실 비용을 약 11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배 교수가 지난해 10월 공동환경학회에서 발표한 '미세먼지의 피해비용과 경제적 저감수단의 효과'에 따르면 1톤(t)당 피해 비용은 미세먼지가 약 196만원,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은 175만원, 황산화물(SOx)가 80만원이다.
국무조정실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대기오염의 건강에 대한 영향과 피해 비용을 추정했다. 배출량 상위 10% 대기오염배출시설이 위치한 곳의 인구 10만명당 심혈관계 관련질환 발생 건수는 전체연령과 65세 이상 연령에서 모두 높게 나타났다.
오존 농도 증가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 입원(2010년 인구 적용)은 서울시 65세 이상에서 2020년과 2050년 각각 353건, 498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22억원, 31억원이다. 미래 추계인구를 적용하면 비용은 더욱 증가한다. 서울시 65세 이상 연령집단에서 심혈관계 관련질환 입원은 각각 558건과 1499건으로, 비용 환산시 35억원과 94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세먼지가 우울증을 부추기고 자살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도관 교수 연구팀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각 시·도별 환경오염지수와 자살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미세먼지(PM10)가 발생한 지 1주일을 기준으로 대기 중 농도가 37.82㎍/㎥ 증가할 때 마다 우리나라 전체 자살률은 3.2%씩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대기오염 물질이 중추 신경계의 면역 체계와 신경전달물질을 교란하거나 평소 질환을 악화시킨다고 진단했다.
미세먼지 문제는 세계 금융시장 및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따르면 오타와대 연구진이 미국 금융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의 대기 질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 등락을 비교한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1표준편차 상승할 때마다 S&P500지수의 수익률은 11.9% 떨어졌다. 대기오염이 심할수록 트레이더 등의 심리상태가 악화하고 인지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호 best@mt.co.kr